유학생활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고민 중 하나는 '어디서 지낼 것인가'였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낯선 땅에서 머물 곳을 정하는 일은 단순한 숙박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의 생활 방식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선택이었다.
나는 홈스테이와 기숙사, 두 가지 환경을 모두 경험하면서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홈스테이: 타인의 집에서 나의 세계를 넓히다
홈스테이는 단순히 현지인의 집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시간표에 맞춰 생활하며, 마치 그 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것처럼 문화를 체득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미국에서 홈스테이를 처음 경험했다. 따뜻하고 친절한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단순히 영어를 배우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사고방식, 생활 방식, 가치관을 온몸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아침 식탁에 둘러앉아 팬케이크와 베이컨을 나누며, 가족들의 대화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언어 리듬을 익혔다. 테이블 매너부터 교회 예배 문화까지, 책에서 배우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한 배움이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그 집에서 키우던 커다란 개였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어느새 내 방 앞에서 기다리고, 산책을 함께 나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미국식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내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이런 삶을 살았을까?' 하는 상상을 현실처럼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홈스테이가 마냥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아무리 좋은 가족이라도, 결국 남의 집에 사는 것이었다. 사소한 부분에서 신경이 쓰였고, 가끔은 내 행동 하나에도 눈치를 보게 되었다. 특히, 내가 머물던 가정은 매우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어서 거의 매일 교회를 갔다. 나는 신앙이 깊지 않았지만,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함께 예배에 참석해야 했다.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지만, 때때로 피곤함이 몰려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스테이는 내게 큰 자산이 되었다. 단순한 영어 실력 향상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속에서 살며 사고방식 자체가 확장되는 경험이었다.
기숙사: 독립과 규율 속에서 성장하다
그 후, 나는 영국에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홈스테이와 달리, 기숙사는 보다 체계적이고 학업 중심적인 환경이었다. 학교 안에 머물면서 학업과 생활을 철저히 관리받았고, 규율이 명확했다.
기숙사에서의 생활은 한마디로 '공동체 속의 독립'이었다. 각자의 방이 있었지만,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고,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친구들이 있었다. 혼자서 외롭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지하며 밤늦게까지 시험 준비를 하던 순간들은 여전히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기숙사의 가장 큰 장점은 '학업의 효율성'이었다. 기숙사에는 일정한 생활 패턴이 있었고, 사감 선생님이 학습을 관리해 주었다. 숙제를 미루고 싶어도 주변 친구들이 모두 공부하는 분위기라 자연스럽게 책을 펴게 되었다. 자기관리가 힘든 학생들에게는 최적의 환경이었고, 실제로 내 성적도 홈스테이 때보다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기숙사 생활도 단점이 있었다. 규율이 엄격한 만큼 자유로운 개인 시간이 제한되었고, 집처럼 편하게 쉴 공간이 부족했다. 또한,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학생들끼리 갈등이 생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우정이 깊어지는 계기도 되었다. 같은 고민을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며 지내다 보니 가족 같은 친구들이 생겼다.
그 후, 나의 길을 찾아서
나는 미국에서 홈스테이를 경험한 후, 영국으로 넘어가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리고 조금 더 성장한 후에는 자취를 시작했다. 가족이 오가며 함께 머물기도 했고, 결국 완전한 독립 생활을 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유학생활을 하며 독립심이 강해졌고, 덕분에 고등학생 때 혼자 유럽 여행을 다닐 정도로 자립적인 사람이 되었다. 스위스에서는 호텔과 리조트 산업을 공부했고, 태국에서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일을 경험했다. 그렇게 20대 내내 세계를 여행하며, 나의 정체성을 찾아갔다.
그러나 유학생활을 하면서 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던 것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었다. 이제 한국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없이 감사하다. 내가 걸어온 길을 지지해 준 가족, 믿고 함께해 준 동생, 그리고 내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그들의 따뜻한 응원과 신뢰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환경이 아닌, 사람이 남는다
홈스테이든 기숙사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환경에서 머물렀느냐'가 아니라 '그곳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났느냐'였다.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다양한 문화 속에서 살아보았지만, 결국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함이었다.
이제는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나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나를 떠올린다. 나는 그들에게 단순히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환경을 선택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그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할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홈스테이에서 배운 문화의 다양성, 기숙사에서 얻은 자기관리 능력, 그리고 유학을 통해 깨달은 사람의 소중함.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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